
겨울 한라산에서 만난 눈꽃의 환상
제주도 겨울이 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곳은 바로 제주한라산이다. 마치 설경 같은 모습에 마음을 빼앗겼다.
눈이 내려버린 산길 위를 걷는 순간, 바람 한 줄기마저 차갑게 감싸지만 그보다 더 따뜻했던 건 주변 사람들의 웃음소리였다.
주차장은 주말이면 꽤 붐비는데도 우리는 운 좋게 빈 공간을 찾아 멈췄다. 도착 직후에 느껴지는 눈냉이의 냠한 향은 마치 시원한 커피 한 잔처럼 기분을 깨웠다.
그 자리에서 몇 분 동안만 서서 주변 풍경을 감상하면, 하늘과 땅 사이가 사라진 듯한 착각에 빠져들었다. 눈이 쌓인 나무와 갈대는 마치 자연이 만든 조형물 같았다.
산으로 가기 전 준비물을 확인하면서 아이젠, 스틱 같은 필수품을 잊지 않았다. 이는 오랜 경험에서 우러나온 지혜로, 미리 챙겨 두면 더 큰 안전감을 준다.
어리목 탐방소와 윗세오름의 첫발
어리목 탐방소에 도착하면 화장실이 있고 매점은 없지만, 그보다 훨씬 소중한 것은 깨끗한 공기였다. 눈보라 속에서도 숨을 고르며 출발했다.
첫 번째 코스인 윗세오름까지는 약 4.7km의 길로 예상 시간은 두시간 정도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겨울 산행이라 세 번 돌아가며 걸었기에 세 시간이 필요했다.
이때 손자를 안고 오르던 할아버지 모습은 정말 멋졌다. 옷을 많이 입었다가도 힘들어 보였지만, 스틱과 폴의 도움으로 안정적으로 올라갈 수 있었다.
코스 중간에 눈 모래를 걷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그 끝에는 사제비동산이라는 곳이 있다. 겨울이라 샘물이 없었기에 아쉬웠지만 경치가 대체로 화려했다.
윗세오름 대피소에 도착했을 때 눈은 입구까지 가득 쌓여 있었다. 따뜻한 라면과 탄산음료를 먹으며, 한 줄기 온기가 몸을 감쌌다.
영실 탐방로의 절벽길과 안전선
윗세오름에서 영실 탐방로는 약 5.8km 길이이며 평균 소요 시간은 1시간 반이다. 내려오는 길도 비슷한 시간을 필요로 한다.
여기서는 눈 덮인 경치가 더욱 화려했다. 다만 고소공포증을 가진 사람에게는 바람과 높이가 조금 무서울 수 있다.
눈에 가린 탐방로를 따라 빨간 깃발과 주황색 안전선을 연결해 두었다. 이는 한라산 국립공원 관계자들의 노력 덕분이다.
경치가 아름다웠지만, 위험한 구간도 있었다. 특히 병풍바위를 지나는 곳은 조심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했다.
탐방로를 무사히 마친 뒤에는 어리목 주차장으로 택시를 이용했는데, 버스 시간표에 유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눈꽃 트레킹을 위한 필수 준비물
기능성 소재 내복은 땀을 빠르게 흡수해 추위를 막는다. 방수 자켓과 바지는 눈이 젖으면 체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
모자와 목도리, 장갑 역시 필수이다. 특히 손이 차가워지면 움직임에 제약을 받기 쉽다.
아이젠은 모든 겨울 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아이템이며, 선글라스나 고글과 자외선 차단제는 눈 부상을 예방한다.
이 외에도 에너지바와 따뜻한 음료를 준비해 두면 체력 소모가 큰 겨울 등산에서도 힘을 잃지 않는다. 라면 같은 뜨거운 음식은 대피소에서 꼭 챙겨 먹는다.
준비물 체크리스트를 한 번씩 점검하며, 사전에 미니멀하게 준비하면 트레킹이 더욱 즐겁다.
성판악 코스와 진달래밭의 봄빛
5월 3일부터 성판악코스를 이용해 백록담까지 가지 않고도 등산이 가능했다. 이는 예약 없이 자유롭게 산을 오를 수 있는 기회였다.
성판악 탐방로는 편도 9.6km이며 정상까지 약 4시간 반, 진달래밭까지만은 약 3시간 정도 걸린다. 해발이 높아져 바람이 차가워질수록 체력이 필요하다.
5월 한라산은 초록의 녹음이 짙어지며 자연이 살아 숨 쉬는 듯했다. 특히 진달래밭에서는 분홍색 꽃들이 가득했고, 그 향기가 기분을 좋게 했다.
돌계단과 사라오름까지 이어지는 길도 비교적 부드럽지만 발목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등산화가 필수다. 일반 운동화를 신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한라산 동릉에서 바라본 백록담은 여전히 눈으로 뒤덮여 있었으며, 바람이 세차게 부는 순간 한라산의 위엄을 실감했다.
눈과 녹음이 공존하는 제주한라산
제주도 힐링 여행이라면 겨울엔 눈꽃 트레킹을, 봄에는 진달래밭에서 색다른 풍경을 즐기는 것이 좋다. 각각의 계절마다 다른 매력이 있다.
눈이 쌓인 윗세오름은 마치 사막 같은 모습이었고, 따뜻한 라면 한 그릇으로 몸과 마음이 녹았다. 반대로 봄에는 진달래가 피어나는 나무 사이를 걸으며 힐링을 느꼈다.
모든 계절에 맞춰 준비물을 조정하고 체력을 관리하면, 제주한라산에서의 여행은 언제나 특별하다. 자연과 함께 숨 쉬며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보자.